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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을 구별한다는 것: 원추세포와 최소 식별 색차

배경지식 · 2026-09-04

두들컬러처럼 미묘한 색 차이를 찾는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진다. 우리는 대체 어떻게 색을 구별하는 걸까, 그리고 그 능력에는 한계가 있을까.

세 종류의 센서

사람의 망막에는 색을 감지하는 원추세포(cone cell)가 있고, 대부분의 사람은 이 세포가 서로 다른 파장 대역에 반응하는 세 종류로 이루어져 있다. 흔히 짧은 파장(파랑 쪽), 중간 파장(초록 쪽), 긴 파장(빨강 쪽)에 각각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세 종류라고 설명한다. 우리가 인식하는 색은 이 세 센서가 각각 얼마나 자극됐는지를 뇌가 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카메라의 RGB 센서와 원리가 비슷하지만, 사람의 색 지각은 밝기·주변 색·개인차에 따라 훨씬 유동적으로 달라진다는 점이 다르다.

색맹과 색약

원추세포 세 종류 중 하나가 없거나 다른 것과 반응 대역이 크게 겹치면 특정 색을 구별하기 어려워지는데, 이를 통틀어 색각 이상(색맹·색약)이라 부른다. 가장 흔한 유형은 빨강과 초록 계열을 구별하기 어려운 적록 색각 이상으로,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어 남성에게 훨씬 많이 나타난다. 흔히 인용되는 수치로는 유럽계 남성의 약 8%, 여성은 1% 미만이 이런 색각 이상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으며, 인종과 지역에 따라 비율은 다르게 보고된다. 색각 이상이 있다고 해서 색을 전혀 못 보는 건 아니고, 대개는 특정 색 조합을 다른 사람보다 덜 뚜렷하게 구별하는 정도다.

같은 색도 주변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색 지각에서 또 하나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보는 색이 그 지점에 실제로 도달하는 빛의 파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뇌는 주변 색과 밝기를 함께 고려해 '이게 무슨 색일지'를 추론한다. 이 현상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유명한 예시가 있다. 1995년 미국의 시지각 연구자 에드워드 애덜슨(Edward Adelson)이 고안한 '체커 그림자 착시(checker shadow illusion)'는, 물리적으로 똑같은 밝기의 회색 사각형 두 개가 주변 맥락(그림자가 졌는지, 어떤 색 타일에 둘러싸여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밝기로 보이게 만든 그림이다. 색 항등성(color constancy)이라 불리는 이 원리는 우리가 다양한 조명 아래에서도 같은 사물을 같은 색으로 인식하도록 돕지만, 동시에 두 색을 '정확히' 비교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판단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더는 구별이 안 되는 지점

색각 이상이 없는 사람도 색을 무한히 세밀하게 구별할 수는 없다. 두 색이 얼마나 달라야 '다르다'고 느끼는지의 최소 경계값을 최소 식별 차이(JND, Just Noticeable Difference)라고 부른다. 이 개념은 색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밝기, 소리 크기, 무게 등 감각 전반에 적용되는 오래된 심리물리학 원리이며, 자극이 강할수록 같은 절대적인 차이도 상대적으로 덜 도드라지게 느껴진다는 베버-페히너 법칙과 함께 다뤄진다. 중요한 건 이 최소 식별 차이가 조명, 화면 밝기, 색 자체의 종류, 그리고 개인의 시력·피로도에 따라 계속 달라진다는 점이다.

게임에도 바닥이 있다

두들컬러는 단계가 올라갈수록 정답 타일과 나머지 타일의 명도 차이를 계속 좁히지만, 어느 지점 이하로는 더 좁히지 않는다. 무한히 좁히면 이론적으로 아무도 구별할 수 없는 판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이 정상적인 화면 밝기에서 여전히 구별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하한선으로 남겨둔 것이다. 색각 관련 특성이 있는 사용자에게는 이 하한선조차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이 게임을 포함해 색 구별을 활용하는 모든 콘텐츠가 안고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실제 수치로 보는 '바닥'

두들컬러의 밝기 차이는 코드상으로 '15 − 단계×0.8'(%, HSL 명도 기준)로 계산되고, 3.5%보다 작아지지 않도록 하한이 걸려 있다. 1단계에서는 차이가 약 14.2%포인트로 크게 튀지만, 단계가 오를수록 빠르게 좁아져서 대략 15단계 즈음이면 이미 하한인 3.5%포인트에 도달하고 그 뒤로는 더 좁아지지 않는다. 이 3.5%포인트가 바로 앞서 설명한 최소 식별 차이 개념을 게임에 적용한 하한선이다.

난이도는 색이 아니라 격자 크기로 이어진다

하한에 도달한 뒤에도 두들컬러는 계속 어려워진다. 그 이유는 색 차이가 아니라 격자 크기다. 격자는 3×3(9칸)에서 시작해 4단계마다 한 줄씩 늘어나 4×4, 5×5, 6×6, 7×7을 거쳐 8×8(64칸)에서 멈춘다. 즉 15단계 이후부터는 "얼마나 미묘한 색인가"가 아니라 "몇십 개의 타일 중 어디에 그 미묘한 색이 있는가"의 문제로 완전히 바뀐다. 명도 차이의 물리적 하한과 격자 크기의 증가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난이도 축이 이 게임 안에 함께 설계되어 있는 셈이다.

색 존마다 실제로 다른 색상 범위를 쓴다

5단계마다 바뀌는 색 존은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실제 색상(hue) 범위 자체가 다르게 코딩되어 있다. 첫 5단계인 무지개 존은 0~360도 전체에서 완전히 무작위로 색을 고르지만, 이후 베리 존은 335~380도(빨강-분홍 계열), 바다 존은 195~235도(파랑-청록 계열), 숲 존은 95~150도(초록 계열), 꿀 존은 35~55도(주황-노랑 계열), 포도 존은 265~300도(보라 계열)로 각각 좁은 색상 범위 안에서만 문제가 나온다. 색상 범위가 좁아지면 타일 사이의 '기본색' 자체가 서로 비슷해지기 때문에, 무지개 존보다 이후 존들에서 미묘한 명도 차이를 색상 차이로 착각해 헛짚기 쉬워진다는 점도 이 구조에서 자연히 따라오는 결과다.

색맹은 흑백으로 본다는 오해

색각 이상을 다루는 콘텐츠에서 가장 흔한 오해는 "색맹은 세상을 흑백으로 본다"는 것이다. 실제로는 전체 색각 이상 중 완전히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전색맹(achromatopsia)은 매우 드문 경우이고, 대다수의 색각 이상은 특정 색 범위(주로 빨강-초록 계열)를 다른 색과 헷갈리는 정도다. 즉 색이 아예 안 보이는 게 아니라, 우리가 서로 다르다고 여기는 두 색이 그들에게는 비슷하거나 구별하기 어려운 색으로 겹쳐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차이를 모르고 "색맹이니까 흑백으로 보일 것"이라고 단정하면, 색각 이상이 있는 사람이 실제로 겪는 어려움(비슷한 색 조합을 헷갈리는 것)과는 다른 오해를 하게 된다.

색각을 스스로 확인해보는 법

정식 색각 검사는 병원이나 안경원에서 표준화된 색판 검사로 진행하지만, 대략적인 경향은 스스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화면 밝기를 중간 정도로 맞춘 상태에서, 비슷한 채도의 빨강-초록 계열 색 두 개를 나란히 띄워놓고 구별이 되는지, 그리고 그 판단이 조명(햇빛 아래인지 실내 조명 아래인지)에 따라 달라지는지를 비교해보면 된다. 다만 이런 자가 테스트는 어디까지나 참고용이고, 정확한 진단은 안과나 검안 전문 기관의 표준화된 검사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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